시네마 천국

시네마 천국
필립 느와레,쟈끄 페랭,아그네스 나노 / 쥬세페 토르나토레
나의 점수 : ★★★★★


 







 영화를 보고 감상평을 적는 것이 항상 어려운데, 그 이유가 감상 포인트의 차이와 얄팍한 수준인 것 같다. 사람들이 주의깊게 보고 듣는 부분들은 대개 내가 놓치기 일쑤인 것들이다. 나는 화면 자체(색감이랄지, 구성, 풍경, 화질 등)에 관심을 기울이기 때문에 줄거리나 교훈같은 커다란 것보다는 장면 장면, 순간 순간을 더 인상깊게 느낀다. 그리고 그것들은 파편화되어 있어서 서로간 연관성도 없어 하나의 글에 모으는 것이 상당히 부담스럽다. 내가 한 파편에 대해 쪽글을 쓸 정도의 식견과 깊이를 가지고 있는 것이냐, 하면 그건 또 아니고.. 스스로를 비하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고 내가 이렇게 영화를 감상하니, 글의 구성은 이렇게 되는 것이 좋겠다는 방향 제시를 위한 되돌아봄일 뿐이다. 결론은 : 넘버링을 하는 것이 좋겠다.

#1
 이청준의 <눈길>이 생각났다. 정확히는 주인공 살바토레가 알프레도의 부음을 듣고 침대에서 과거를 회상하는 씬에서였다. 


 <눈길>의 주인공이나 살바토레나 고향을 낯설어하는 느낌이 든다. 차이점이 있다면 <눈길>의 주인공은 고향에 한해서는 좋은 기억이 전무한 반면, 살바토레는 적어도 유년시절을 밝고 따뜻한 날들로 추억하고 있다는 점이다. 살바토레가 고향을 낯설어 하고 머나먼 존재로 인식하는 이유는 '격세지감'일 뿐이다. 그는 어린 시절을 힘겹게 떠올리지만 막상 고향에 도착했을 때 옛날을 수놓았던 존재들은 낡고 철거되고 변했다. 자신에게 남겨진 필름(1. 엘레나를 찍은 스스로의 작품 2. 알프레도가 남긴, 그리고 그 자신이 집착했던 수많은 키스신들)만이 과거와 현재를 잇는 타임캡슐 역할을 한다.

#2


 <시네마 천국>이 토르나토레 감독의 자전적 작품이니만큼 사랑, 우정, 슬픔 그 어느 한가지를 집중조명하지 않는다. 그것들이 나오기는 하지만 물흐르듯 지나가고, 남는 것은 삶 자체에 대한 감독의 따스한 시선과 옛것에 대한 향수이다. 여담이지만 살바토레의 애칭인 '토토'는 르나레를 줄여 만든 게 아닐까...ㅋㅋ
 이 '향수'에 크게 일조하는 것은 토토의 위상변화라고 추측해본다. 이런 류의 그리움은 누구나 하나씩 가졌을 법하다. 자신들 위에 '군림했던' 선생님은 수년 뒤에 만나면 '이빨 빠진 호랑이'와 같이 느껴지는데, 그건 아마 나는 더이상 교권의 대상이 아니라는 자각이 이루어지는 동시에 자신은 (보통 육체적으로) 커질 동안 옛 시절이 전성기였을 선생님은 약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선생님(이 됐든 옆집 호랑이 아저씨가 됐든)이 전과 같이 나에 대한 개입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이 되든 좋다. 중요한 것은 한때 내 인생의 너무나 큰 부분이었던 사람이 이제는 더이상 내게 어떤 위협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이며 그것이 옛 시절을 아름답게 추억할 수 있는 발판이 된다. 만일 '선생님'이 지금도 위협적인 존재라면 옛 시절을 그리워하기는 힘들다. 과거의 그 때도 오늘의 하루와 다를 바 없는 연속선 상의 무엇이 되기 때문이다. 물론 살바토레의 유년시절을 그나마 쥐고 흔든 사람들은 어머니와 극장주인, 신부 정도로, 셋 다 살바토레를 학대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것이 현재와 과거의 단절이 유년시절의 추억을 윤색한 결과물이 아닐지 의심스럽다.

#3
 내가 본 것은 극장판이었나 보다. 감독판은 중년이 된 살바토레와 엘레나의 재회 씬이 포함되어 있다는데 난 그런 장면을 본 기억이 없다. 그 장면 설명만 듣고서는 '재회씬이 없는 것이 차라리 깔끔하다'는 평에 반대를 못하겠다. .....진짜 차에서 관계를 맺는 장면이 나오나? 아름다운 동화이야기를 듣고 있다가 갑자기 성인소설으로 점프하는 당혹스러운 기분이다. 아니, 뭐 못할 짓 했다는 건 당연히 아니고, 다만 그 당혹감의 정도가 영화 <써니> 후반부에서 하춘화가 죽으면서 친구들에게 돈을 뿌린 그 장면을 봤을 때랑 맞먹는다. 이 감정을 내가 어떻게 주체할 수 있는 것이 아닌 이상, 재회씬이 괴리감 든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 장면 처리를 얼마나 매끄럽게 했을지는 또 모르지만.

#4
 <시네마 천국>에 나온 그대로라면 옛날 극장의 관객은 상당히 주체적이다. 나쁘게 말하면 관람 매너가 상당히 안 좋아서 요즘같았으면 바로 퇴장당했을 법하다. 영화 대사를 외워서 미리 내뱉는 관객1, 2층에서 침을 뱉는 관객2, 극장에서 코골며 자는 관객3 등 온갖 진상 관객을 한군데 모아놓았다. 이런 진상짓에 몇몇 관객들이 얄궂은 장난으로 보복하긴 하지만 그마저도 극장 내의 여론에 의해 생긴 일인 듯 하며 제도화된 규정이나 규칙이 따로 없다. 하긴, 생각해보면 영화가 작은 마을 내 유일한 오락거리여서 누가 어떤 짓을 습관적으로 하는지 다 알텐데 굳이 규정이 필요있을까 싶다.

#5
 참, 심슨 21기 15화의 한 장면이 <시네마 천국>의 마지막 장면을 패러디한 거였다. 심슨이나 사우스파크나 패러디로 도배를 하다보니 심슨(혹은 사우스파크)을 먼저 보고 원작을 뒤늦게 감상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심슨네 가족 21기 15화 'Stealing the First Base'. <시네마 천국>에 비해 확실히 키스 장면들이 발전하긴 했다 ㅋㅋ



영화 <시네마 천국>. (아마도) 알프레도에게서 받은 필름을 보는 장면.

 알프레도는 정말 핵심적인 등장인물인데 난 왜 거론할 생각을 못했지... 

by | 2012/01/29 15:59 | 영화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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